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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진화하는 개발자의 모습

어쩌면 기획자만이 고민할 영역이라며 간과했을지도 모르는 점들을 이번 TainAI 인턴십 기간을 거치며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개발자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Problem Solver부터 특정 기술에 깊게 몰입하는 T자형 개발자까지 그 스펙트럼은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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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프로덕트란 무엇인가?

개발자는 ‘잘’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유저에게 이 서비스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파고드는 것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꾸만 손이 가거나, 내 삶에서 없어지면 안 될 것 같은 서비스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간 저는 무언가를 개발하면서 “이 기능이 과연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로 동료들이나 저의 주관적인 생각에 의존해 내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달은 좋은 프로덕트란 유저에게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유저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프로덕트는 필연적으로 지표 또한 좋아질 수밖에 없음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느낌’을 찾기 위해서는 유저의 일상과 삶을 깊이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유저가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때, 우리는 비로소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는 프로덕트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실현했듯, 일상에 매끄럽게 녹아드는 경험이야말로 살아있는 프로덕트의 첫 번째 조건이었습니다.

유저의 니즈로 프로덕트를 채우는 법: 0.1v의 마법

그렇다면 유저가 정말로 좋아하는 기능들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핵심은 제작자의 에고(Ego)를 버리고 유저의 ‘감응(感應)’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프로덕트를 만들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타겟 유저를 뾰족하게 정의하여 모으고 그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구조를 세팅하는 것이었습니다. TainAI에서는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점진적 스텝을 밟았습니다.

  • 가설 검증: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면 유저는 감응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한 문장의 슬로건이나 간단한 그림으로 시각화하여 유저에게 직접 던져봅니다. 구현에 힘을 쏟기 전, 우리가 정의한 문제의 방향성이 정답에 가까운지를 먼저 치열하게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 0.1v CBT: 정식 버전이 아닌 타겟팅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버전으로 유저의 반응을 봅니다. 단순히 “좋아요”라는 대답이 아니라, 유저가 이 서비스에 감정적으로 동요하고 정말로 가치를 느끼는지(감응)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 데이터와 피드백의 해석: 유저 피드백은 정답지가 아니라 ‘정답의 후보’입니다. 수많은 피드백 중 우리가 설정한 프로덕트의 정체성과 느낌을 강화하는 것들을 골라내어 다음 버전(0.2v, 0.3v)에 반영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개발을 많이 한 복잡한 기능보다, 유저의 불편함을 세심하게 긁어준 작은 기능에 유저들이 더 크게 열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미 없는 기능을 더하기보다, 유저가 원하는 본질에 집중하며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것이 살아있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핵심이었습니다.

프로덕트와 보편성

유저의 일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의 효과는 굉장했습니다.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진 유저들이라도 그 안에는 결국 보편성이 존재했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기에 느끼는 바는 어느 정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보편성을 캐치하여 서비스의 문제 해결 과정에 접목시키는 능력은 AI 시대에 개발자에게 더욱 중요한 역량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AI가 복잡한 구현을 대신해 줄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의 본질을 꿰뚫는 힘이 중요해집니다. 이 본질을 이해할 때 비로소 프로덕트의 방향성과 엔지니어링 의사결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감각이 뒷받침될 때 유저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서비스가 유저의 마음속에 꾸준히 ‘살아있게’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살아있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

살아있는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자가 아닌 철저하게 ‘유저’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바라봐야 합니다. 워크숍을 통해 배운 구체적인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Step-by-Step (분화, Differentiation)

좋은 프로덕트는 완성된 로드맵에 따라 부품을 조립하듯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생명체처럼 점진적으로 분화(Differentiation)하며 자라나야 합니다. 킥보드에서 오토바이, 다시 자동차로 진화하듯 매 순간 ‘굴러가는(사용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며 확장해야 합니다. 개발 단위를 작게 쪼개어 PR을 보내듯, 프로덕트 또한 미세하고 점진적으로 발전시켜야 유저의 반응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2) 전체적인 그림과 핵심 요소(Center)

‘살아있음’은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그림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핵심 요소들 사이의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결정됩니다.

  • 핵심 요소(Center): 서비스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본질적인 기능입니다. (예: 캐릭터와의 깊이 있는 채팅 경험)
  • 저는 개발 과정에서 매 스텝마다 스스로 질문하며 작업의 우선순위를 고민했습니다. “내가 지금 추가하는 이 기능(Center)은 프로덕트의 전체성을 강화하는가, 아니면 방해하는가?”

3) 조정과 적응의 과정

머릿속에 완성된 결과물을 너무 구체적으로 그려두면 나도 모르게 그 그림에 끼워 맞추게 되어 유저 피드백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웠습니다. 0.1v실험에서 의도한 느낌이 전달되지 않았다면 작업한 코드에 미련을 두지 않고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유저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방향을 재설정하고, 유저가 원하는 감각에 맞춰가는 적응(Adaptation)의 태도야말로 살아있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핵심임을 배웠습니다.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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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T 베타 테스트 글로벌 유저분들이 남겨주신 따뜻한 응원과 피드백)

인턴십 기간 동안 감사하게도 제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서비스를 글로벌 유저분들에게 선보이는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수십 명 유저들로부터 실시간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은 몹시 떨리면서도 설레는 경험이었습니다. 유저분들이 남겨주신 긍정적인 반응과 기대감, 그리고 진심 어린 응원 하나하나를 마주하며 더 깊은 만족감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답하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속에 뜨겁게 피어올랐습니다.

개발자에게 기술적인 역량이 중요한 것은 매우 당연한 본질입니다. 하지만 이번 TainAI에서의 시간은 그 본질 위에 프로덕트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고방식을 더해 주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단순히 화면을 구현하는 개발자를 넘어, 유저의 일상에 스며드는 가치를 고민하고 프로덕트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개발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이 귀한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기술로 유저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개발자가 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직접 고민하고 참여하며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러비더비’의 웹 버전을 소개합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주니어지만, 유저분들의 일상에 기분 좋은 안식처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따뜻한 피드백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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